삼성SDS, 삼성물산에 IT기반의 최첨단 에너지 관리 시스템 구축2009년 에너지 예측 소비량의 8.3% 감축...1억 7천만원 절감 효과
지난해 어느 날 서울 강남구 서초동의 삼성물산 방재실. 각 건물의 실시간 에너지사용 현황을 점검하던 직원 A씨는 석연치 않은 뭔가를 발견했다.
지하 구내식당 전력부하가 컴퓨터 시뮬레이션 예상치보다 현격히 높았기 때문이다. 점검해 보니 식당 주방에는 냄새를 건물 밖으로 빼내기 위해 초대형 환풍기들이 24시간 작동되고 있었다.
이 회사의 '친환경 에너지 연구소'가 본격적인 분석에 들어갔고, 전기 소모가 많은 환풍기들을 풀가동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음식물 냄새가 밖으로 새 나기지 않도록 이미 내부 기압이 상시적으로 낮춰져 있었기 때문에 환풍기를 과도하게 가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구내식당에서는 그 이후부터 음식 조리 전후 3시간 정도만 환풍기를 작동시키고 있다.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던 어느 일요일 사무실 프린터의 전력 소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점검결과 직원들이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면서 프린터를 끄지 않아 대부분의 프린터들이 적지 않은 대기전력을 갉아먹고 있던 사실을 밝혀냈다. 결국 회사는 프린터에 타이머를 달아 특정 시간에는 자동적으로 전원이 꺼지도록 했다.
삼성물산 사옥에서 이 같은 에너지 추적이 가능한 것은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라는 시스템 때문이다.
BEMS는 IT기술을 이용해 특정 공간이나 기기에서 에너지 소비의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실시간으로 포착될 수 있도록 해 최적의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여러 공간 가운데서 지하 '구내식당'에서, 수많은 사무기기 가운데 특정 프린터에서 전력 소모가 많다고 족집게처럼 콕 집어 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시스템 때문이었다. 삼성물산은 이 BEMS 덕분에 지난해 건물내부 1㎡ 당 41메가cal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예측치 보다 8.7% 정도 적게 쓴 것으로, 돈으로 환산하면 1억 7천만원 어치의 에너지를 아낀 셈이다.
삼성물산은 5억원을 들여 이 시스템을 설치했기 때문에 앞으로 2년만 이 시스템을 잘만 '키우면' 초기 투자비용을 빼고 본격적인 '수확'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건물에서의 에너지 사용은 전 세계적으로 최종 에너지 소비의 38%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건물 에너지 절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다보니 에너지 관리 시스템 구비 여부가 건물의 가치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실제로 강남의 스타타워 건물을 론스타가 6332억원에 매입할 때도 이 건물의 에너지 소비 이력 관리가 부실했다는 이유로 10% 정도 더 싸게 산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2008년 4000억원에 매각된 강남구 역삼동의 ING타워의 경우는 에너지 사용량을 기존대비 20% 가까이 줄인 덕에 몸값을 올려서 매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건물 특히 대형 빌딩의 에너지 절감을 위해 BEMS 뿐 아니라 BAS(Building Automatic System), FMS(Facility Management System) 등이 이용되고 있다.
모두 IT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따라서 이들 시스템은 건설회사 보다도 SI업체들이 더 많이 구축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물 역시 국내 1위 SI 업체인 삼성SDS가 구축했다.
건물의 모든 에너지 소비 기기에 미터기(계량기)를 부착해 실시간 소비량을 측정해서 컴퓨터를 이용해 분석하고 이를 다양한 범주로 데이터베이스화 한 것이다. 삼성물산 사옥의 경우 전체 에너지 소비 기기의 65%에만 미터기를 붙였을 뿐인데 연간 에너지 소비의 8.3%를 감축할 수 있었다.
삼성SDS는 빌딩 에너지 매니지먼트 시장이 급속히 팽창할 것으로 보고 관련 사업 아이템을 개발중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50층 높이 또는 200m 이상의 건물들은 에너지 절감을 위해 BEMS 구축과 최적의 에너지 공급 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서울시건축조례'를 지난해 개정한 바 있다.
삼성SDS 박필환 IBS 사업그룹 파트장은 "빌딩 에너지 관리 분야는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사업"이라며 "최근 관련 산업이 팽창하고 있는데 이렇게 빨리 에너지 관리가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고 말했다.
건물시공 단계의 에너지절감 뿐 아니라 건물 운영에서도 에너지 관리가 강조되고 있는 시대다.
(공동기획=지식경제부, 에너지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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